"미적 감각, 대인관리 능력 모두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눈치다."
그룹 SG워너비와 가수 김종욱을 거쳐 현재는 5인조 걸그룹 더블유의 스타일링을 맡고 있는 강상구씨(25)는 스타일리스트가 화려해보이는 겉모습과 전혀 다른 직업이라고 강조했다.
"기본적으로 스타에게도 잘 맞춰줘야 하고, 방송 제작진의 요구, 매니지먼트 회사의 생각도 잘 반영해야 하기 때문에 내 뜻대로 스타일링을 하기란 정말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그래도 옷을 워낙 좋아하고, 트렌드를 만들어간다는 자부심으로 이 일을 하게 된다. 특히 기성복보다 반응이 즉각적이고 폭발적이기 때문에 짜릿하다"고 스타일리스트만의 묘미를 설명했다.
오래 남는 자가 살아남는다불과 석 달 만에 독립해 스타일리스트가 된 그는 이례적인 케이스다. 보통 몇 년간 메인 스타일리스트의 서브로 활동한다. 생짜 초보의 보수는 월 20~30만원으로 그나마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아 떼이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는 "단지 스타를 가까이에서 접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쉽게 이 일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중 90%는 그만둔다. '오래 남는 자가 살아남는다'는 것이 업계 불문율"이라고 말했다.
불가능은 없다지난해 연말, 한 시상식 무대에 서는 김종욱의 뒤에 웨딩드레스를 입은 모델 40명을 세우라는 PD의 특명이 내려왔다.
시상식을 불과 일주일 앞둔 상황. 웨딩드레스가 전면에 나서지도, 유명인이 입는 것도 아니기에 협찬 요청은 모두 거절 당했다. 그렇다고 일주일 만에 드레스 40벌을 만들어내는 것 역시 불가능했다. 싼 값에 대여해주는 업체의 드레스는 허름해 성미에 차지 않았다. 결국 40벌을 모두 구매 한 뒤 일일이 되팔았다. 시상식 전 후 약 2주 동안 잠을 거의 잘 수 없었지만 환상적인 무대를 보는 순간 "해냈다"는 기쁨은 그 무엇보다 컸다고 회상했다.
협찬 경쟁 불꽃 튄다"스타일링의 관건은 협찬 능력"이라고 그는 말했다. "유명해지면 너도 나도 협찬해주려고 하기 때문에 옷을 잘 입게 될 수밖에 없다. 제일 예쁜 걸 고르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신인이거나 지명도가 낮으면 협찬이 어려워 애를 먹는다. 연예인들 사이에서도 유명 브랜드의 신상품을 '누가 가장 먼저 입느냐' 하는 것이 암암리에 치열한 자존심 싸움이다.
한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다른 연예인과 옷이 겹치지 않도록 여벌을 준비하는 것도 필수다. "올 초 가요 프로그램 카메라 리허설 때 김종욱을 위해 준비해 간 A브랜드 셔츠를 모 아이돌 그룹 멤버가 입은 걸 봤다. 김종욱에게는 다른 옷을 입히고 그 셔츠를 매니저에게 입혔더니 바로 그 스타일리스트도 흥분하면서 갈아입히더라.(웃음) 누가 어떤 아이템을 단독으로 획득하느냐가 우리에게는 가장 중요한 경쟁이다."
심수미 기자[sumi@joongang.co.kr]
사진=이호형·임현동 기자[leemario@joongang.co.kr]
[열혈기자 야생도전기] ④ 스타일리스트들이 꼽은 ‘꼴불견스타’
[일간스포츠] 입력 2009.12.16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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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집 피워 '코디가 안티' 소리 듣게 할 때 제일 야속해요"
1위 고집불통형
"내 체형은 내가 제일 잘 안다"며 스타일리스트의 조언을 무시하고 자기 스타일을 고집해 끝끝내 '코디가 안티'라는 오명을 듣게 하는 스타들이 있다. 스타일리스트들은 "입혀주는 대로만 입으면 절대 워스트 드레서가 될 일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2위 공짜밝힘증
협찬사에게 이것저것 달라고 노골적으로 요구하거나 아예 협찬 옷을 말도 없이 안 돌려주는 간큰 스타도 있다. "잘 버는 것들이 더하다"며 쓴소리를 듣는 케이스다.
3위 놀부형
어울리지 않거나 사이즈가 맞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협찬 옷을 자기가 가지려고 욕심 내는 타입이다. 다른 스타가 못 입게 방해하고 싶은 의도도 있다. 대행사로부터 반납 독촉 및 성화를 받는 것은 고스란히 스타일리스트의 몫이다.
4위 왕재수형
방송 스태프 및 외부 사람들에게는 엄청 친절하면서 밴만 타면 태도가 돌변해 스타일리스트를 하인 부리듯 하는 연예인도 있다. "물 사와라", "라이터 가져와라"처럼 사소한 심부름을 해야할 때마다 "내가 이러려고 스타일리스트를 시작한 게 아닌데" 싶단다.
5위 불결형
아침에 떡진 머리, 세수도 안 하고 등장하면 어쩔 수 없이 그 상태에서 옷을 입혀줘야 한다. 스타일이 잘 안 사는 것은 물론이고 옷을 입혀도 찝찝할 수 밖에 없다.
▲스타일리스트의 머스트 해브 아이템은?
▶ 실과 바늘
협찬 의상은 모델 사이즈를 기준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스타의 몸에 작은 경우가 많다. 그럴 땐 봉제선을 뜯거나 지퍼를 올리지 않은 채 천을 덧대어 꿰맨다. 엉성한 이음새는 퍼(fur)나 코사지를 이용해 가려주면 감쪽같다. 물론 반납할 때는 원상복구를 잘해야 한다. "실과 바늘만 있으면 세상에 못 하는 일이 없다"고 스타일리스트들은 말한다.
▶ 테이프
방송용 의상은 노출이 많고 움직임이 격한 만큼 틈새를 잘 확인하고 살에 직접 옷을 붙이는 '특수처리'를 해야 한다. 꼼꼼히 처리하지 않으면 남규리의 가슴 노출과 같은 아찔한 사고가 벌어지기도 한다.
이렇게 양면 테이프 외에도 마이크를 고정하기 위한 살색 테이프, 옷 위에 브랜드 로고를 가리기 위한 테이프 등 색상별·종류별로 구비해야 한다.
▶ 지퍼백
그룹 멤버별 의상과 소품이 섞이지 않도록 지퍼백에 담아 겉면에 잘 표기한다. 특히 협찬 받은 물품을 잃어버리면 변상해야 하기 때문에 품목별로 잘 분류해서 보관해야 한다.
한 스타일리스트는 해외 화보 촬영시 1억4000만원어치의 다이아몬드를 협찬받았는데 귀국 전에 분실해 소속사와 절반씩 부담해 물어주기도 했다.
▶ 키친타올
가수와 연기자들은 조명과 격렬한 춤 때문에 땀을 많이 흘리게 될 때도 있다. 이렇게 땀범벅인 얼굴을 닦아주는데는 키친타올이 제격이다. 일반 휴지는 미세한 먼지와 찌꺼기가 얼굴에 묻어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