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30일 화요일

변화의 시대에 구식 서비스가 살아남는 법

오래된 서비스의 생존을 위한 통합적 사고 (Opposable Mind): 도이체 포스트의 보안 이메일 사례

이 글을 오래된 서비스는 변화하기 어려운 것일까라는 글에 대한 먼거리댓글(트랙백)로 보냈습니다.
프리코노믹스 시대에 컨텐츠나 서비스의 유료화문제로 고민을 하는 기업들은 눈을 들어 도이체 포스트를 봐야 할 듯 하다. 사람들에게 돈을 내고 컨텐츠를 보게 만드는 것과 돈을 내고 이메일을 보내게 만드는 것 둘 중 어떤 것이 더 어려운 일일까?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핫메일, 지메일, 야후메일은 물론이고 페이스북까지 공짜 이메일을 제공하는 추세속에, 도이체 포스트는 일반 우편보내는 것처럼 사람들이 이메일 보낼 때도 돈을 내게 만들고 있다. 독일의 본에 본부를 둔 도이체 포스트는 2005년 국영 도이체 분데스포스트가 민영화되고 이후 DHL을 인수합병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큰 물류업체가 되었다. [중앙일보 “독일, 우편 민영화로 DHL 살 돈 벌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도이체 포스트의 유료 “E-포스트 편지”는 이제 디지털 시대에 회사가 계속 독일의 지배적 우편업체의 지위를 유지하는데 꼭 필요한 중요한 전략의 일부가 되었다고 보도했다.
물론 맨 서두에서 언급한 비교 — 컨텐츠의 유료화와 이메일의 유료화 –는 사실 같은 선상에서 이야기할 수 없다는 것은 상식이다. 하지만 위 비교의 핵심은 서비스의 요체가 아니라. 누구도 어렵다고 생각했던 프리코노믹스의 핵심 산업에서 수익원을 만들어냈다는데 있다. 도이체 포스트의 성공적인 실험에서 세가지 점을 배울 수 있겠다.
(1) 진화하는 기술의 장점을 이용하면서 전통적 방식의 소비의 단점을 보완하라. 도이체 포스트의 “E-post letter”는 이메일 시대에게도 세상에는 편지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 교신하려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에 주목했다. 그래서 “E-포스트 편지” 서비스를 ‘편지처럼 보안이 유지되면서도 기존 편지보다는 훨씬 빠른 배달’이라는 영역에 포지셔닝했다. 즉 도이체 포스트는 여친에게 보낸 이메일을 편지지에 출력해서 여친의 집주소로 보내줄 수 있다면, 그리고 이 과정에서 보안과 비밀이 유지될 수 있다면 우표값 정도는 기꺼이 지불할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이 영역의 서비스 개발에 주력했다.
(2) 당신의 실체(서비스)가 세간의 지각(perception)보다 더 뛰어난데, 사람들의 지각이 따라오지 않는다고 생각할 때는 P.R.이 필요하다. P.R.은 원래 public relations의 준말이지만, 심리학적 모델의 PR에서는 지각(perception)과 현실(reality)의 균형을 잡는 것으로 통용된다. 다시 말해 세간의 지각이 당신의 실체(서비스/제품)을 따라오지 못한다고 생각할 때는 P.R.을 이용해서 이 저평가된 지각을 끌어올려줄 필요가 있다. 자신들의 E-포스트 편지 시스템의 보안에 한치의 구멍도 없다는 없다는 것(=실체)을 세간에 인식시키기 위해 도이체 포스트의 경우는 해커, 보안전문가등을 초청해서 보안에 어떤 누수나 버그가 발견되면 상금을 주겠다고 공언했다. 물론 광고도 잊지 않았다.옥외광고나 인쇄광고를 통해 이 새로운 브랜드의 유료 이메일을 알리는데도 적극적이었다.
Deutsche Post.jpg
(3) 전통적 방식의 소비를 하고 있던 수용자들에게 새로운 소비행태를 받아들이게 하려하지 말고 이들을 고려한 서비스를 유지하는 통합적 사고 — 혹은 opposable mind — 를 견지하라. 도이체 포스트의 보안 이포스트를 발송하는데 소비자들은 미화로 75센트 (55유로)를 지불한다. 하지만 발신자가 의뢰할 경우에는 이메일을 사용하지 않는 수신자들에게 편지를 인쇄하는 비용이 포함되어 있고, 추가비용을 더하면 컬러인쇄나 특별 카드등에 담아서 수신자에게 배달해주기도 한다. 또 경쟁업체의 수익모델에서 새로운 시장 기회를 발견한 동종업체들은 성공한 모델을 그대로 답습하려하기보다 지역적 사정에 맞는 모델로 바꾸거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영국의 국영메일회사인 로얄 메일은 DM에 의존하는 업체들을 위해, 이메일로 보내는 DM메시지를 인쇄해서 배달해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관광객이 많은 스위스에서 Swiss Post는 손으로 쓴 엽서나 편지를 스캔해서 이를 전자메일로 발송해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고 한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